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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600일, 거기에 간호사가 있었다’

작성자 관리자
2021.09.10
조회 4059

코로나 600, 거기에 간호사가 있었다

코로나19 현장스토리 2차 공모 172편 출품, 43명 수상

환자의 마지막 길을 가족 대신 지키는 임종 간호가슴 울려

간호사들의 아픔고뇌 녹아있는 코로나 600이야기


내일(11)은 국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600일째 되는 날. 간호사들은 여름에는 더위와 장마, 겨울에는 추위와 싸우며 6번이나 계절이 바뀌도록 환자 곁을 24시간 지켜왔다.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의 코로나19 현장 스토리 2차 공모전은 수기 101, 사진 71(220여 점)이 출품돼 수기 26, 사진 17명이 수상했다.

수상작은 실무진의 1차 심사를 거친 뒤 김용택 시인, 정호승 시인, 최서연 작가(간호사 출신), 채승우 사진작가 등 4명의 외부전문가 심사를 통해 결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 속에서 환자 곁을 지켜온 간호사들의 다양한 감정들이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진한 감동을 주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 수상자들은 각각 보건복지부장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상, 질병관리청장상,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상을 받는다.

 

수기부문 대상은 더편한요양병원 김봉선, 국립중앙의료원 이승연 간호사가 영광을 안았고, 사진부문은 방호복 화투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삼육서울병원 송주연 간호사가 차지했다.

 

이번 2차 공모전의 키워드는 슬프고도 따스한 임종간호. 지난해 1차 공모전은 감염대란 초기 상황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간호사들의 처절한 사투가 주를 이뤘다. 이번 2차 공모전은 4차 대유행까지 오면서 사망자가 크게 늘면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가족을 대신해 지켰던 간호사들의 아픔과 고뇌가 담겨있다. 10일 현재 코로나로 유명을 달리한 사망자는 모두 2348명이다.

 

대상 수상작인 김봉선 간호사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던 할아버지가 코로나로 면회가 금지되자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 할머니가 위독해지자 자신의 차로 할아버지를 모셔와 임종의 현장을 지킬 정도였다. 이후 할아버지는 김 간호사에게 이제 너는 내 딸이다며 고마움을 전했고, 그녀도 흔쾌히 응하며 아름답고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작은 불빛이었다.

 

또 다른 대상 작품인 이승연 간호사도 감염중환자실에 첫 입원환자를 떠나 보낸 아픔을 이야기했다. ‘살아서 병동을 꼭 나가겠다는 삶의 의지가 강했던 환자들. 간호사들은 한명씩 한명씩 그들과 이별하면서 슬픔속에 허탈한 하루하루를 지내야만 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청주의료원 권다혜 간호사는 자신이 돌봤던 치매 할머니를 하늘로 보냈다. 할머니 유품을 정리하면서 입원 중 할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욕도 떠올리는 등 신참 간호사로서 겪는 여러 가지 감정과 고뇌를 글에 담았다.

또 다른 최우수상 수상작인 은평성모병원 김유나 간호사도 친밀관계를 형성한 90대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면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등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로 혼란스러웠다.

 

겉으로는 태연하게 환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정리했지만 슬픔을 가눌 길없어 땀과 눈물이 범벅된 가운데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코로나 환자가 사망하면 병실에 있는 환자 물품은 모두 폐기된다. 하지만 병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다. 바로 고인의 주민등록증과 휴대폰이란 사실에 삶의 무상을 느낀다.

 

코로나 환자가 쓰던 침상이 비워지면 새로운 환자가 들어온다. 간호사들은 복잡한 감정들을 추스르고 또다시 다른 일상을 준비한다.

 

이들 작품 외에도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전국 최초로 시설이 폐쇄돼 고립무원의 병동에서 38일 동안 눈물겨운 사투를 벌였던 경북 경산의 서린요양원 심묘락 간호부장의 이야기도 심사위원들의 호평 속에 최우수상을 받았다.

 

 

[*다음은 수기 대상과 최우수상 5편의 요약]

 

대상 : 김봉선(더편한 요양병원)

 

할아버지는 칸트이자 차도남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할머니가 있는 요양병원에 온 뒤 같은 시간에 나간다.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야 하는 외진 곳인데도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도장을 찍었다.

 

할아버지는 병원 직원들의 물음엔 무 자르듯 짧게 말하며 차가웠지만 할머니 앞에서는 따스한 눈빛과 다정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코로나19면회 금지로 할아버지의 소중한 일상을 집어삼켰다. 불안한 할아버지가 의지한 것은 간호사실 전화와 나의 휴대폰.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을 통해 ◯◯, 코로나 때문에 면회 못간다. 사랑한다고 외쳤지만 할머니는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새벽 할머니의 상태가 위독했다.

 

할아버지에게 연락하자 흐느낌과 슬픔이 전화선을 타고 흘렀다. 이른 시간이라 당장 차편이 없음을 말해오자, 나는 주저없이 할아버지를 모시러 나갔다.

 

이어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들려오는 할어버지의 오열과 함께 아침 해가 떠올랐다. 할머니를 장례식장으로 보내드리며 할아버지의 떨리는 두 손을 맞잡았다.

 

며칠이 지난 뒤 할아버지가 전화로 고마움을 전하며 너는 내 딸이다며 말하는 음성이 떨렸다. 나 역시 떨리는 목소리로 네 아버지, 딸 할께요라고 말했다.

 

할아버지와 안부를 주고받으며 나는 깨달았다.

 

별 하나 없는 칠흑같은 밤에 반짝이는 작은 불빛 같은 한 사람만 있다면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대상 : 이승연(국립중앙의료원)

 

20202월부터 지금까지 코로나 중환자를 간호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것은 정신적, 체력적 소진이다. 무거운 방호복을 입은 채 3~4시간 근무하다 보면 식은 땀이 흐르고,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가 난다. 피부염에다 허리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늘어난다.

 

하지만 환자를 간호하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모듈형 음악격리병동의 감염중환자실에 첫 입원환자가 입실했다.

 

그는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데 저는 꼭 살아서 나가고 싶어요라며 불안감 속에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나 역시 꼭 회복해서 퇴원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저와 우리 모두가 열심히 노력할게요라고 힘을 드렸다.

 

그러나 진심어린 기대와는 반대로 상태가 급격이 악화돼 돌아가시고 말았다. 마음이 허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의 체위변경을 계속 하다가 평소 좋지 않았던 어깨회전근개가 파열됐다.

 

감염중환자실 근무에 코로나까지 더해져 심신이 너무 지쳐 사직이라는 단어를 고민했다.

어느날 환자 한 분이 선생님이 있으면 마음이 놓여요.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열심히 치료받아서 얼른 나아 볼게요라는 말에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가서 한참 울었다. 돌아보면 그 말이 제일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깨가 좋지 않은 나에게 백신센터 근무를 제안했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감염중환자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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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 권다혜(청주의료원)

 

신입간호사가 세 명의 코로나 환자들과 교감을 나누면서 느낀 성장기다.

 

먼저 치매 할머니 환자인데 가끔씩 못된 년, 나쁜 년이라며 소리 지르고 밥을 밀치는 등 간호사들을 애먹였다.

 

하지만 간호사는 임종의 순간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 눈물이 났다. 할머니 유품을 정리하면서 할머니가 했던 욕까지 생각나는 등 환자를 보낸 첫 경험은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먹먹했다.

 

두 번째 환자는 외국생활을 하다 들어온 10대 비행청소년이다. 이 환자는 입원 당시 담배를 가득 안고 들어왔는데 반입이 안된다고 하자 다짜고짜 불합리하다고 항의했다.

 

또한 3~5분 주기로 간호사실로 전화를 하며 힘들게 했다.

이해를 구하는 간호사들의 요청에 당신들 돈받고 일하는 거잖아요. 뭐가 문제에요?”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내심 호통을 대신 쳐줬으면 하는 마음에 수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노련한 수선생님은 환자의 상태에 맞는 의사소통과 대처법을 설명했고, 이후 환자가 달라지는 것이 보였다.

퇴원할 때 그는 선생님들 나중에 제가 하는 일이 잘되면 꼭 보답할게요,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마지막 환자는 조현병 환자다. 그는 주먹질하는 시늉을 자주 하며 폭력적 성향에다 병실에서 변을 자주 보고, 화장지 등 물품을 전부 풀어헤치는 등 사고뭉치였다.

 

CCTV를 보고 들어가도 환자가 병실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많이 힘들었지만 어느날 조현병 환자 체험기라는 영상을 본 뒤 환자를 너무 사무적으로 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태도를 바꾸어 환자의 말을 들어주고 더 나은 반응을 하는 등 교감을 나누는 간호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우수상 : 김유나(은평성모병원)

 

라포(신뢰관계)를 형성했던 환자를 떠나보낸 간호사의 애절한 심정을 표현한 이야기다.

 

집단 감염으로 입원한 90대 할머니의 친근한 말동무였는데 알고 보니 친척 어르신이었다. 그래서 더욱 살갑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움이었다.

 

어느날 CCTV로 할머니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확인하자 신발 끈도 제대로 매지 못하고 병실로 달려갔다.

 

코드블루 방송과 함께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할머니가 사전에 연명치료중단 서류를 남겼기에 가슴압박을 중단하라는 연락이었다.

담당했던 환자 가운데 사망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방호복을 좀더 빨리 입었더라면... 가슴압박을 빨리 했었더라면...”라는 죄책감이 컸다.

복합적인 생각과 감정들로 혼란스러웠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환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정리했다.

 

파란색 간호복은 땀으로 젖어 남색으로 변했고, 얼굴에도 땀과 눈물이 계속 흐르는 바람에 눈이 따가워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였다.

환자 보호자들이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을 때 저희도 놀랐지만 간호사님도 많이 놀라셨을 거 같아요.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따뜻한 말이 비타민처럼 느껴져 오늘도 힘을 내서 방호복을 입고 병동을 지킨다.

 

 

최우수상 : 심묘락(서린요양원)

 

38일 동안 코호트 격리시설에서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 간호부장의 이야기다. 그녀는 경북 경산의 코로나19 예방 백신 1호 접종자이기도 하다.

그녀가 일하는 요양원은 전국 최초로 코로나 집단감염 시설로 폐쇄됐다. 외부와 차단됐지만 내부 사정을 잘 알았던 그녀는 덴탈 마스크 한 장에 자신을 맡기고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환자 대부분이 스스로 물 한모금, 밥 한술 뜨지 못하는 어르신들이라 도움이 절실해서다.

 

하지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확진자가 발생해도 병상 확보가 되지 않아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함께 생활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움 인력이 절실해 높은 임금을 제시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간식이나 도시락을 주문해도 코로나 감염시설이라고 매번 거절당했다. 간혹 배달이 오더라도 도로변에 물건을 두고 도망치듯 황급히 갔다. 그야말로 고립무원이었다.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격리기간은 14일씩 늘어만 갔다.

 

악몽을 꾸면서 외롭고 두려웠지만 직원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버텼다. 소명감이 서로를 묶어주는 끈이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4월 코호트 격리 해제를 위한 전수검사를 받았다. 기다리는 동안 서러움이 복받쳤다.

 

38일간의 사투가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했고 가슴 뻥 뚫리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세상은 봄 햇살로 눈부셨다. 직원들은 방호복을 벗고 서로 부둥켜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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