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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간호법 제정을 원하는 현장의 소망 (김정미 경기도간호사회 부회장·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간호부장)

작성자 홍보
2021.08.03
조회 11155
[기고] 간호법 제정을 원하는 현장의 소망

김정미 경기도간호사회 부회장·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간호부장


거창한 그 무엇을 원하는 게 아니다. 나에게 돌봄을 맡기신 분들을 불안한 마음 없이 최선을 다해 간호하고, 설령 그 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오롯이 내가 한 일과 법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서 억울함이나 속상함 없이 더 좋은 간호를 해드리고 싶다. 이것이 간호 현장에서 30년 넘게 하루하루 열심히 숙명처럼 살아온 나의 바람이고, 소망이다.

머지않아 정년을 앞둔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치열했던 간호 현장인 임상에서의 순간들을 돌아보며 우리와 같은 길을 가겠노라 우리의 동료가 된 소중한 후배들과 안정되고 발전된 간호 현장의 미래를 위해 각자 소망하는 바를 써보자고 했다.

특히 요즘 젊은 후배들은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형제자매가 많아야 한둘, 귀하게 자라온 사람들이라 어렵고 불편하고 힘든 일 견디기를 특히나 어려워해서 아무리 잘 챙긴다고 해도 본인 생각에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 혹시라도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한 결과가 위법이니 불법이니 논란거리가 된다면 더더구나 머무르려 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 경력자의 이탈을 줄이고 막기 위해서라도, 평안한 마음으로 주어진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 되면 법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보호받고 해결할 수 있게 간호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똑같지는 않지만 결국은 같은 걱정을 했다.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에 어제 예방접종 지원을 나갔던 후배가 푸념 썩힌 말로 "온종일 방역복에 마스크에 안면 보호대 쓰고 1천여 명에게 주사를 놓고 왔는데, 에어컨과 선풍기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지만, 방역복 안은 35도가 넘어 땀에 흠뻑 젖어 너무 지치고, 주사 놓던 손과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다."라며 파스를 붙인 팔을 내보인다. 그래도 못 가겠다고 안 간다고 할까 봐 지레 걱정되어 "지금 이 상황에 어쩌겠어? 우리가 마다하면 누가 하겠어."라고 사정하니 "그렇긴 하죠. 당연히 우리가 해야죠." 그 어떤 보상과 지급되는 대가 여부를 떠나 그 마음이 고마웠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데, 문젯거리가 되면 "그 일은 간호사가 해서는 안 되는 건데, 왜 했어?" 그런 날 서리고, 심한 말들과 위압에 잔뜩 짓눌려서 몇 날 며칠을 괴로워하는 후배들을 볼 때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그 상황이 정말 미안하고 속상하다.

어렵고 힘들어도 마다치 않고, 주어진 일은 어떻게든 다 해내는 우리를 보고 설마 아무 생각조차 없다고 오해하는 건 아니겠지만 되레 묻고 싶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도 힘든 무더운 날씨에 작년부터 벌써 2년째 더울 때나 추울 때나 코로나19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우리 동료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아파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달려가 함께해 왔는데, 왜 정작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마 위에 올려진 무엇처럼 아무런 내색도 못 하고 고스란히 참고 견디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그저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데, 법에 없는 일 했다고 갖은 비난과 시비의 중간에서 이리저리 뒹굴리고, 위법했다고, 범법했다고 자신을 자책하고 힘들어했다.

우리의 애환, 아쉬움, 안타까움, 섭섭함, 이런 것들을 늘어놓자는 게 아니고 누군가를 어렵게 하거나 힘들게 하려고 억지를 쓰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조용히 돌봄의 현장에서 주어진 소임을 두려움 없이 최선을 다해 충실히 수행하고 그 일들을 후배들도 자랑스럽게 면면히 이어갈 수 있도록 이제는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안전하게 간호할 수 있게 간호법이 제정되어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 한 결과가 법을 어기는 범법이 되지 않게 하고, 맡겨진 소임을 다하고, 법체계 안에서 시시비비를 가려 억울함이 없게 하고, 이 어두운 전염병의 늪에서 끝까지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도움이 절실한 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간호사, 간호보조인력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법을 준수하며 간호할 수 있도록 조속히 간호법이 제정되기를 소망한다.



출처 : 중부일보